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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해 여름, 우리. 2

by allthatlocal 2025. 4. 24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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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따라 내려갔고, 햇살이 가득한 언덕 위에서 물도 없이 앉아 한참을 웃었어. “졸업하면 뭐 하고 싶어?” 네가 물었고, 나는 대답하지 못했어. 왜인지 모르게 그 순간 너랑 같은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았거든. 그냥, 같은 방향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. 그 여름은 우리가 특별한 무언가를 나누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겐 분명히 ‘너와 나의 계절’이었어. 고백도 없었고, 손을 잡지도 않았고, 사진조차 한 장 없지만, 그 모든 날의 공기와 색과 감정이 아직도 생생해. 사실 이때 마음을 전했어야 했을까? 그 후로 몇 년이 지났어. 서로 다른 학교, 다른 도시, 다른 사람들과의 시간 속에서 너는 점점 희미해졌고, 그러면서도 어떤 계절보다 선명해졌어. 매년 여름이 오면 나는 같은 길을 걷고, 같은 카페에 앉고, 네가 건넨 아이스크림 맛을 다시 사 먹곤 해. 한 번은, 정말 우연히 그때 우리가 걷던 강변에서 널 마주쳤어. 너는 예전보다 조금 더 말이 없어졌고 나는 여전히 너를 보면 말이 없어졌다. “잘 지냈어?” 그 짧은 인사 속에 수많은 여름이 녹아 있었지. 우리는 그렇게 잠깐 마주쳤고, 아무 약속 없이 다시 돌아섰어. 하지만 그날 이후, 나는 확실히 알게 됐어. 우리는 사랑한 게 아니었어. 아직 사랑하기 전이었고, 그래서 더 애틋했던 거야. 말하지 못했던 마음은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오래 남는다던데, 그게 정말이더라. 여름이었다. 네가 웃던 여름, 내가 너를 처음 바라보던 여름,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좋아했던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그 찬란하고 조용한 계절. 그렇기에 더 빛날 수 있었던 너와의 여름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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