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누군가의 하루를 밝히는 당신에게

by allthatlocal 2025. 4. 24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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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 하루는, 너에게 주기로 했다. 달력에는 아무 약속도 없었지만, 눈을 뜨는 순간부터 마음은 네 쪽을 향하고 있었다. 길고 복잡한 일상 속에서 우리의 시간은 언제나 가장 마지막에 밀려났으니까. 그래서 오늘은, 너 먼저. 늦은 아침을 먹고, 카페에서 네가 좋아하는 메뉴를 주문했다. 네가 예전에 “이건 딱 너 취향이야”라며 웃던 그 메뉴. 혼자 마시면서도, 마치 너와 대화하는 기분이었다. 햇살이 좋았고, 바람은 살짝 서늘했다. 네가 있던 계절이 아직도 내 곁을 맴도는 것 같아서 괜히 핸드폰을 꺼내, 네 이름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저 창밖을 바라보는 걸로 대신했다. 우리, 참 많이 걸었지. 네가 내 옆에 있을 때 그냥 걷기만 해도 좋았던 시간이 그리워서 오늘은 같은 길을 다시 걸어봤어. 발걸음마다 네가 남긴 웃음들이 조용히 내 귓가에 내려앉았어. 너는 지금 어디쯤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. 괜찮았으면 좋겠어. 그냥, 아무 일 없이 따뜻했으면. 오늘 하루는 너에게. 아무 조건 없이, 이유 없이 그냥 너라는 사람이 한때 내 전부였던 날들을 기억하며 이 하루를, 온전히 너에게 바친다. 그래서 오늘 하루는, 온전히 너였다. 네가 없는 이 도시를 네가 남긴 기억으로 다시 걸었고, 너 없는 자리를 네 말투로 채우며, 나는 혼자서 우리의 시간을 다시 살아냈다. 익숙했던 거리도, 계절도, 모두 그대로인데 왜 이렇게 낯설고 조용한 걸까. 너 없는 풍경은 왜 이토록 잘 정리된 이별처럼 느껴지는 걸까. 웃고 떠들던 우리였는데 결국 마지막은 이렇게 조용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어. 그날 네가 했던 말이 자꾸 떠올랐어. “언젠가, 아무 일도 없던 날들이 더 소중해질 거야.” 그땐 그냥 흘려들었지만,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말이 너무 정확해서 아플 지경이야. 정말이지, 아무 일도 없던 그 하루가 지금은 전부였다는 걸, 이렇게나 지나서야 깨닫고 있잖아. 한참을 걷다 멈춰 선 공원 벤치에 앉아 네가 앉았던 자리를 조용히 바라봤어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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