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누군가의 하루를 밝히는 당신에게 2

by allthatlocal 2025. 4. 24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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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 참 많이 웃었지, 참 많이 사랑했지. 근데 왜 그토록 애썼는데도 결국 우리는 서로를 놓아버렸을까. 돌아가는 길엔 너와 함께 걷던 그림자를 따라 내 그림자만 길게 늘어졌어. 햇살은 따뜻한데 마음은 왜 이리 시린지 모르겠다. 어쩌면 넌 잊었겠지. 그 날의 우리도, 그 계절도, 그리고 오늘 같은 나의 하루도. 괜찮아, 이해해. 그게 이별이니까. 나는 여전히 너를 기억하지만 넌 더 이상, 나로 살지 않겠지. 하지만 오늘 하루만은 그 어떤 약속보다 진심이었어. 나는 나름의 방식으로 너를 다시 살아냈고, 너는 모르는 채로 누군가의 하루를 온전히 차지했어. 이제 하루가 저물어가. 조금 후면 다시 평소의 나로 돌아가야겠지. 그럼에도 오늘, 이 하루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 있어. 너는 내 하루였고, 나는 끝까지 너였다.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,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지금껏 살아온 수많은 날들 중에도 내가 온전히 나였던 날은 거의 없었어. 대부분의 시간에 나는, 너를 생각하고 있었고 너를 기억하느라 내 하루를 놓치곤 했지. 너와 함께했던 계절들은 아직도 뚜렷해. 네 손이 차가워서 주머니에 함께 넣고 걷던 겨울, 네가 감기 걸릴까 걱정돼서 목도리를 풀어 감싸주던 초겨울의 어느 골목. 그 모든 풍경이 아직도 내 안에서 그대로 살아 있어. 정말 이상하지? 사람은 그렇게 쉽게 잊는다고 하는데 나는 매일같이 더 선명해져.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, 네가 웃고, 네가 화내고, 네가 내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남아 있어. 사람들은 말해. 이미 떠난 사람은 놓아줘야 한다고.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. 그 말이 틀린 건 아닌데, 그게 꼭 정답 같지도 않아. 때로는, 놓지 못해서 지탱되는 마음도 있으니까. 오늘 걷던 길 위에서 우리가 처음 손을 잡았던 순간이 떠올랐어. 그때도 겨울이었지. 그 순간, 너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가볍게 감싸줬고 그 따뜻함이 내 전부였어. 나는 참 많이도 후회했어. 그때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해줬다면, 조금 더 솔직했더라면, 우리는 지금도 함께였을까. 하지만 아무리 그걸 곱씹어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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