너를 보낼 때, 나는 나를 함께 묻었어. 그날 이후로 나는 다시 완전한 내가 되어본 적이 없어. 밝은 얼굴로 사람들과 웃고 떠들 때도 그 웃음 아래, 늘 너의 이름이 있었지. 혹시 너는 지금 행복하니? 그 사람이 너를 잘 웃게 해주니? 괜찮아. 정말 괜찮아. 네가 웃고 있다면, 그걸로 충분해. 비록 그 자리에 내가 없더라도. 나는 지금 이대로도 좋아. 비 오는 날이면 우산 하나로 함께 걷던 그 풍경을 떠올리고, 겨울이면 네 손을 녹이던 내 손이 그리워지는, 그런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이 나날들이 결코 불행하지만은 않으니까. 기억이라는 건 참 이상해.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안에 다시 빠져드는 걸 멈출 수 없어. 아마도 네가 내 안에 너무 깊게 스며들었나 봐. 잊으려 할수록 더 선명해지는 사람, 그게 너일 줄은 몰랐지. 오늘 하루는, 그저 그런 하루로 흘러갈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너를 꺼내어 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었어. 마치 너와 아직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말 한마디 없이도 마음으로 전해지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고 싶었거든. 밤이 깊어질수록 네 생각은 짙어지고 세상이 조용해질수록 내 마음은 더 요란해져. 괜찮아지려고 노력해도 괜찮지 않아도 되는 밤이 있더라. 그래서 오늘은, 그냥 너를 생각하는 대로 두기로 했어. 억누르지 않고, 그리워하고, 미안해하고, 조용히 웃고, 천천히 울기로 했어. 아직도 난, 네가 있던 그 겨울을 살아. 눈이 오면 네가 떠오르고, 찬 바람이 불면 네가 보고 싶고, 하루를 다 살아내고 난 뒤엔 그때 우리처럼, 조용히 등을 돌리고 걷게 돼. 이건 후회일까, 사랑일까. 나는 아직도 모른다. 그저 분명한 건 오늘 하루만큼은 너에게 바쳤다는 것. 너의 이름으로 내 시간을 태웠다는 것. 그러니까 이 하루는, 이 계절은, 이 겨울은 모두 너였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