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 해 여름, 우리. 2
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따라 내려갔고, 햇살이 가득한 언덕 위에서 물도 없이 앉아 한참을 웃었어. “졸업하면 뭐 하고 싶어?” 네가 물었고, 나는 대답하지 못했어. 왜인지 모르게 그 순간 너랑 같은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았거든. 그냥, 같은 방향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. 그 여름은 우리가 특별한 무언가를 나누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겐 분명히 ‘너와 나의 계절’이었어. 고백도 없었고, 손을 잡지도 않았고, 사진조차 한 장 없지만, 그 모든 날의 공기와 색과 감정이 아직도 생생해. 사실 이때 마음을 전했어야 했을까? 그 후로 몇 년이 지났어. 서로 다른 학교, 다른 도시, 다른 사람들과의 시간 속에서 너는 점점 희미해졌고, 그러면서도 어떤 계절보다 선명해졌어. 매년 여름이 오면 나는 같은 길을 걷고,..
2025. 4. 24.